[4차산업행정뉴스=김국우논설위원]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은 29일 새벽(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의 ‘팔레 드 콩그레’ 행사장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투표 결과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선택했다.

이날 182개 회원국 투표 결과 165국이 참석해 유효표를 던졌고 사우디(리야드)는 72.1%인 119표를 얻으며 1차 투표에서 2030 엑스포 유치를 확정했다. 한국(서울)은 29표(17.6%), 이탈리아(로마)는 17표(10.3%)에 불과했다.

정부와 재계가 총출동한 ‘민관(民官) 코리아 원팀’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실패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말 엑스포 유치 추진위원회를 결성, 547일간 치열한 부산 유치전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사우디보다 1년 늦게 교섭 활동에 뛰어든 우리 정부가 사우디의 오일 머니 공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변화의 시대’란 슬로건을 걸고 78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을 투자 했다.

윤 대통령은 1년 4개월 동안 12개국을 찾아 96개국 462명(정상 110명)을, 한 총리는 25개국을 방문, 112개국 203명(정상 74명)을 만났다. 장관 등 국무위원, 특사들까지 전 세계 각지로 파견한 거리를 합해 976만8194km에 달한다.

한국은 1993년 대전 엑스포(과학), 2012년 여수 엑스포(해양과 환경) 등 특정 분야를 주제로 열리는 ‘전문엑스포(인정 박람회)’를 개최했었다. 이와 달리 2030 엑스포는 모든 분야를 포괄하며, ‘월드 엑스포’로 불리는 등록 박람회다.

BIE 주관 엑스포 중 가장 격이 높은 행사다. 올림픽·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행사로 꼽힌다. 지금까지 이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이른바 G7(7국) 소속 6국뿐이다.

한국은 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사우디의 독주는 예견됐다. 사우디의 벽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사우디 정부는 2016년 발표한 6400억달러(약 840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가개발계획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였다. 박람회장 조성에만 78억달러(약 10조1500억원) 투입 계획이고, 지지국에 상당한 금전적 지원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40여개국에 이르는 이슬람 국가의 절대적인 지지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의 영향력도 더해졌다.

이번에 다진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는 대한민국 국익과 경제의 지평을 넓히는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평가 된다. 아쉽지만 유치 활동을 통해 얻은 부산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관광 물류 인프라 확대는 앞으로 부산경제 발전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도전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여기고 다음을 차분히 준비해야 할 때이다. 

182개국을 교류해 얻은 외교적 성과는 향후 국가의 새로운 전략자산이 될 것이다.